몽골

[몽골] - 달란자드가드 / 포기와 결단, 선택과 존중

Minsuslife 2025. 3. 14. 04:34
  • 포기와 결단

2023년 4월 17일, 나는 눈을 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며 밖으로 나가 날씨를 확인해 봤다. 하지만 역시나 황사와 모래폭풍이 도시를 덮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사막트레킹을 하지 못해도 사막은 구경해야 될 것 같은 생각에 홍고린엘스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페이스북, 연락처, 숙소들을 찾고 연락해서 차편을 구하며 어떻게든 다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No였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될 수가 없다. 몽골 현지인들이라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기는 너무 위험하다. 돈을 벌기 위함이라지만 생명과 직결된 문제 앞에서는 나라도 한 수 접고 포기할 것이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보자면 포기하는 것이 맞았다. 결국 우리의 사막행은 무산되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문제였다. 우리의 귀국 예정일은 4월 24일이었다. 약 일주일 정도가 남은 셈이다. 앞으로 가고자 했던 곳들이 다 사막에 위치한 곳이어서 이대로라면 다른 곳도 다 보지 못할 것이었다. 계속 고민을 했다. 이대로 그냥 몽골을 포기하고 조기 귀국을 해야 하나도 싶었다. 나는 너무 아쉬웠다. 이 먼 타국까지 와서 몽골의 고비사막을 구경하지 못하고 간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었다. 고민 끝에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 제안은 중앙아시아를 가보자는 것이었다. 이대로 한국에 귀국하기는 너무 아쉬웠다. 황사로 인해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다른 자극과 흥미를 찾고 싶었다. 완전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속의 불안감, 불완전함은 완전해지기를 갈구했던 것 같다. 
 
동행자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이고 이젠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귀국이던 여행을 더 이어나가던 생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당연한 생각이다. 나조차도 내가 제안을 내뱉어놓고선 이게 맞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두 선택지 중 우리는 어떤 것이든 선택하여 울란바토르로 가야 했기에 일단 모바일로 울란바토르행 티켓을 예약하였다. 참고로 당시 달란자드가드에서 울란바토르행 버스는 일주일에 3번, 월 수 금에 운행되었다. 우리는 수요일 티켓을 예약하였고, 어쩔 수 없이 수요일까지 달란자드가드에 묶인 몸이 되었다.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대강 세워놓게 되었다. 열띤 대화로 인해 배가 고파져 저녁식사를 먹으로 일식당을 가기로 했다. 몽골에는 정말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이 많은 것 같다. 선택지가 많아서 참 좋았다. 식당 명과 위치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kNSdF6b2HWAUrxde9?g_st=ic

Saikhan lounge, cafe and Japanese food · 4.5★(31) · 일본 음식점

HCCG+F7H, Dalanzadgad, Ömnögovi, 몽골

www.google.com

 
나는 닭고기 덮밥을 먹고 동행자는 라멘을 먹었다. 그리고 같이 먹을 교자도 시켰는데, 다른 음식들은 딱히 맛있진 않았지만 교자는 참 맛있었다. 교자 때문에 추천하고 싶어 링크를 남기는 음식점이다. 
 

일식당에서 먹었던 교자

 
다시 숙소를 가는 길에 해가 지는 달란자드가드의 모습이 참 예뻤다. 날씨가 좋을 때는 좋은데 수시로 황사와 폭풍이 불어대니 참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좋을 거면 좋을 것이고 나쁠 거면 나쁠 것이지 하루에 수십 번씩 변덕을 부리니 마음만 문드러져갔다. 그래도 이런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위안을 삼았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숙소가는 길에 본 일몰

 
 
 

  • 선택과 존중

4월 18일, 결정이 내려졌다. 동행자가 생각한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고,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가 얘기하길 자신도 같이 동행하고 싶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고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는 것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나만 봐도 아무 계획도 없고 일단 가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온전히 나 혼자 나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불안하고 두렵다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서로를 존중했고 서로의 결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결국 나는 4월 20일에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동행자는 인천으로 가기로 했다. 몽골을 올 때 왕복 비행기표를 예매했는데, 돌아가는 편을 취소하고 편도로 새로 끊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각자의 결정을 응원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물론 아쉬움은 있었다. 나와 같이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일 뿐이다. 동행자도 나와 같이 여정을 떠날 생각이 있었을 수 있겠지만 안정적이고 계획된 일정 속에서 여행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더 컸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것까지 내 마음으로 물들일 수는 없었다. 물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 과정 속에서 다음을 기약했기에 더욱 아름다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막상 비행기표를 끊으니 불안감이 더 엄습해 왔다. 나 혼자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나는 원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결단은 처음이었다. 나를 믿어야 하는데, 나조차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썩 좋진 않았다. 일단 숙소부터 예약하고 잠에 들기로 했다. 다음날 오전 9시에 울란바토르를 가야 했음에도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기만을 반복했다. 어지간히 심란했던 모양이다.
 

울란바토르-알마티행 비행기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했기에 이런 좋은 결말을 맺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동행자와 함께 이루어갔기에 글을 쓰는 현재까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덕목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https://www.instagram.com/minsus_life?igsh=ZG9kazN5Ymtzazhv&utm_source=qr

현민수(@minsus_lif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팔로워 527명, 팔로잉 275명, 게시물 36개 - 현민수(@minsus_life)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Instagram: Minsus_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