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카자흐스탄] - 알마티 / Big Almaty Lake, 비리 경찰을 만나다

Minsuslife 2025. 3. 16. 14:56

  • 시작부터 잘못된


2023년 4월 21일, 나는 오직 한 가지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Big Almaty Lake라는 호수를 가는 것이다.
 
이 호수는 뛰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여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이다. 위치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CinPzMqScoteaaaw8

Big Almaty Lake BAL · 3X4M+XW, Almaty, 카자흐스탄

★★★★☆ · 공원

www.google.co.kr

 
 
이곳에 가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고 호수 바로 밑까지 간 후 그곳에서 걸어 올라가거나 차를 타야 한다는 정보를 들었다. 정보에 있어서 말이 달라서 일단 가서 체험해 보기로 했다. 
 
나는 Yandex GO 어플로 택시를 잡고 택시를 탔다. 오늘은 숙소를 변경하는 날이었기에 모든 짐을 챙기고 호수로 향했다. 숙소와 호수는 약 20km 떨어져 있어 택시비가 꽤 나왔다. 그런데 가던 도중 택시기사님이 내 결제정보와 목적지가 초기화 됐다며 갓길에 차를 세웠다. 이게 무슨 말인가? 나는 분명 목적지까지 제시된 금액을 선결제하였고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알림을 받았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번역기로 설명해도 잘 못 알아듣는 기사님이 너무 답답했다. 
 
나는 가는 도중 멈춰서 다시 택시를 잡을 수도 없고 도로 한복판이라 내릴 수도 없었기에 돈을 줄 테니 일단 가자고 했다. 그분의 의도적인 만행인지, 아니면 정말 어플의 오류인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였다고 믿고 싶다. 첫 시작부터 단단히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 비리경찰, 바가지


Big Almaty Lake는 국립공원이었기에 초입에서 입장료를 받았다. 인당 500 텡게, 한화로 1450원가량 하는 금액이다.

그렇게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쭉 올라가니 차와 사람들, 카페, 리조트가 모여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왜 정차하는지 몰랐다. 알고 보니 카자흐스탄 시내의 더운 날씨와는 달리 이곳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이 이상으로는 차로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나는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인지 혼란이 왔다. 그렇게 혼자 서 있던 도중 몇 명의 남성이 찾아왔다.
 
그들은 이곳에서 지프차를 운영하여 호수 꼭대기까지 사람들을 데려다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냥 호객하러 온 것이다. 나에게 호수를 가고 싶다면 80달러 정도를 지불하고 지프를 타고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저곳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고 당신은 들어가지 못한다고 했다. 내가 무슨 정보가 있었을까. 이곳이 눈으로 덮여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다. 하지만 나 혼자 80달러는 너무 비쌌다. 도저히 내가 낼 수 있는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동행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던 도중 한 부부를 만났다. 그들도 호수를 가고 싶어 했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에 고민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는 가격을 나눠 내자고 말한 뒤 그 호객하는 남성들에게 가서 동행을 구했으니 갈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10달러 정도 깎아달라고 말했다. 결국 75달러로 합의를 보면서 3명이 나눠내기로 했다. 그래도 가격을 완전히 줄여서 다행인 순간이었다. 
 
내가 보기엔 그곳을 막고 있는 경찰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 같았다. 그곳을 막아 놓는 것조차도 이상했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위험요소를 조장하고 자신들의 차를 타기만을 유도한 뒤 그 후 번 금액을 조금씩 떼어주는 형식 같았다. 언제까지나 추측이지만 그 경찰과 지프차량 소지자들의 말과 행동 유형을 보고 있자니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나중에 검색한 사실이지만 겨울이지만 걸어서 올라간 분들도 있다고 한다. 그냥 돈을 벌려고 경찰차로 막아 놓은 것 같다. 괘씸하다. 
 
돈을 지불하고 난 뒤 지프차를 타고 출발했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높은 산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정말 멋있었다. 내가 천산산맥의 일부분에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올라가며 든 생각이 있었다. 사실 차를 타고 가지 않았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경사도 엄청나고 4월 중, 말인데도 아주 많이 쌓여있는 눈으로 인해 올라가는데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관광객 상대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한 2~30분쯤 갔을까, 호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나는 4월이었기에 푸릇푸릇한 빅 알마티 호수를 기대했지만 내 앞에 펼쳐진 호수는 꽝꽝 얼어있고 눈으로 덮여있었다. 아쉬웠지만 이 또한 나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Bib Almaty Lake의 전경

 
자유시간은 한 시간 정도 부여받았다. 호수의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같이 온 러시아 부부의 사진도 찍어주었다. 고난도 많고 그 과정에서 속에 불이 났지만 어찌 됐든 내가 목표한 곳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순간 나의 화를 식게 만들었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항상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한 나 자신이 아쉬웠다. 
 
그렇게 한 시간의 관광이 끝나고 다시 밑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다시 알마티 도심으로 가야 했다. 이 마저도 나를 힘들게 했다. 그곳에서 시내까지 가려는 사람이 없어 차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돈을 지불하면 태워주겠다고 하여 흥정을 한 뒤 시내로 갔다.
 
실제로 호수를 가는데 예상치 못하게 현금을 많이 사용하여 돈이 없었다. 그래서 약간 구걸 식으로 흥정했다. "나는 진짜 돈이 없는데 가야만 한다. 20킬로를 걸어서 가기는 너무 힘들다. 조금만 깎아주면 안 될까?" 하며 동정심을 유발했다. 사실 동정심 유발도 유발이지만 그냥 진짜 돈이 없었다. 내가 딱해 보였는지 그 사람도 내가 있는 돈에 한해서 깎아주겠다고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20여분 정도가 지나고 시내에 도착하여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온 신경이 곤두서있었고 몸이 너무 피곤했기에 조금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로 계획했다. 
 
밤이 되고 나는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치킨집을 가고자 했다. 한국식으로 만드는 치킨집이 있다길래 한 번 찾아가 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치킨이 너무 먹고 싶은 하루였다.  위치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KZ3tsJb9ucnMJBgK8

Chick First · Abay Ave, Almaty, 카자흐스탄

★★★★★ · 닭요리전문점

www.google.co.kr

 
 
정말 추천할 만한 치킨집이다. 한국의 치킨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한화로 9천 원에서 1만 2천 원 사이 대의 가격으로 매우 합리적이었다.

다만 단점이라고 하면 조금 찾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고 가게가 크지 않다 보니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서도 찾아갈 만한 식당이다. 주인분도 정말 친절하시다. 러시아어를 잘 몰라 주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주인분께서 잘 도와주신 탓에 내가 먹고 싶은 치킨을 잘 시킬 수 있었다. 
 
 

후라이드 치킨

 
 
 
치킨을 다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여유를 느끼며 걷는 알마티의 밤은 참 좋았다. 치안도 좋은 편이었고 밤거리를 걷는 것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숙소에 도착하고 씻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알마티의 골목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 날 한 번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돈을 상상 이상으로 지불하고 기분이 상한 것도 있지만 그 돈으로 경험과 나의 성찰의 계기를 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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