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일 오전 9시경 우리는 므릉에 도착했다. 비수기임에도 므릉 버스터미널 앞에는 택시 호객꾼들이 있었다. 홉스골 호수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려면 차로 한 시간 반 정도를 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를 잡아서 가야 했으므로 터미널 앞에 있는 택시 기사들과 흥정을 시작했다.
택시 기사들 대부분 12만 투그릭, 한화로 5만 원 정도를 제시했다. 그러던 도중 한 택시기사와 흥정을 하여 10만 투그릭 정도로 합의를 봤다. 사실 10만 투그릭도 상당히 비싼 비용이었지만 우리가 홉스골 호수로 들어갈 마땅한 방법도 없을뿐더러 그 기사님은 왕복 3시간을 갔다 오셔야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금액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 후 전 날 예약한 게르가 있는 위치를 말하고 홉스골 호수로 가는 길을 떠났다.
그렇게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났을까, 저 멀리 엄청난 규모의 홉스골 호수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먼 길을 와서 우리가 목표했던 홉스골 호수가 눈에 보이니 알지 못할 감정이 돋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조금 더 달려 우리는 게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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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굴 호 · 홉스골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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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기사님이 우리가 예약한 게르가 아닌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게르에 우리를 내려준 것이다. 우리는 여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말도 잘 안 통하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포기하고 이곳에서 묵기로 했다. 뭔가 조금 꼬이는 기분, 속는 기분이었지만 이것도 여행의 일부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짐을 풀고 우리는 홉스골 호수를 구경했다. 홉스골 호수는 제주도 면적의 약 1.5배의 면적을 가지고 있는 호수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영롱한 빛의 물이 가득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완전히 얼어있는 호수였다. 호수 가운데부터 밀린 얼음이 지면 가까이 솟아있는 모습은 마치 빙하를 연상케 했다. 나름 겨울의 홉스골도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우리는 갑자기 주인장 아주머니께 식사대접을 받았다. 근데 아주머니께서 상상도 못 할 음식을 가져오셨다. 갑자기 압력솥을 여시 더니 야크의 머리를 가져오셨다.
솔직히 놀랐다. 나는 다 잘 먹어서 상관없지만 그냥 비주얼과 예상치 못한 음식에 놀라버렸다. 겨울날 외딴 오지에서 이 야크고기는 참 귀한 것일 텐데 손님이라고 온 우리에게 이 음식을 대접해 주시는 마음이 정말 감사하여 열심히 먹었다. 솔직히 잡내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소머리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와 비슷했다. 작은 과도를 들고 손으로 발라먹는 경험은 어디서도 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점심을 다 먹고 우리는 게르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게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수기라 손님이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문을 열어보니 어떤 덩치 큰 몽골 남성이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만도스였다. 자신은 몽골사람이고 여기 놀러 온 사람이고 나쁜 사람 절대 아니라며 같이 홉스골 호수를 구경하자고 했다. 그의 일행도 2명 더 있었다. 다들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어느 정도의 소통은 되었다. 나와 동행자는 솔직히 이 외지에서 현지인들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지만 사람이 나 빠보이지 않아서 고민을 조금 하다 수락했다.
약속시간이 거의 다 되어 우리는 만도스와 그의 두 명의 일행 중 하나인 푸쉬카르 만나게 되었다. 그가 갑자기 자신의 차가 있다며 타라고 해서 얼떨결에 차도 일단 탔다. 그 후 홉스골 호수에서 평생을 산 자신의 현지인 친구가 있다며 그를 데리러 가자고 했다. 한 2분쯤 갔을까, 현지인 친구가 타고 우리는 본격적인 홉스골 호수 구경을 떠났다.
여기서 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만도스가 현지인 친구와 얘기를 나누더니 차를 끌고 홉스골 호수로 들어갔다. 우리는 놀랐고, 가도 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현지인 친구가 여기는 겨울에 엄청나게 두껍게 얼어서 상관이 없다고 했다. 우리는 차를 타고 홉스골 호수를 질주했다.
말이 되는 일인가? 우연히 다른 게르에 와서 우연히 만 도스를 만나고 그 만도스가 우리를 초대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냥 차를 타서 있으면서도 믿기지가 않는 순간들이었다. 호수 중앙에도 내려서 구경하고 현지인들이 신성시하는 돌산도 올라봤으며, 지하에서 올라오는 샘물도 마셔볼 수 있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순간을 지낸 후,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보즈'라는 몽골식 만두를 만들어 주셨는데, 잡내 하나 없이 육즙 가득한 만두는 우리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저녁을 다 먹고 쉬려는데, 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만도스가 자기 일행들과 같이 보드카를 마실 건데 같이 마실 것이냐고 물어봤다. 역시 거절할 수 없었다. 몽골인의 그 친절함과 배려를 보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같이 어울려 얘기하고 술을 마시고 싶었다.
몽골인들은 술 문화가 참 신기했다. 도수가 높은 보드카를 안주가 거의 없이 마시고 술을 권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며 상대방이 자신의 술을 거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40도에 육박하는 보드카를 넙죽넙죽 받아먹다 보니 빠르게 취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져 갔다.

그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잘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왔다. 기지개를 켜려고 하늘을 봤더니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추운 줄도 모르고 아름다운 별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주인아주머니께서 게르 안에 있는 화로에 장작을 지펴주시고 우리는 곧 잠에 들었다.

비수기 몽골의 단점이 하나가 있었다. 너무 추워서 장작을 때고 자야 하는데 장작을 계속 넣어주지 않으면 두 시간 만에 꺼져버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자다가 추워서 일어나서 장작을 넣기를 두 시간마다 반복했다. 동행자는 일어나지도 않고 잘 자서 조금 미웠다. 그래도 아름다운 밤이니 모든 게 용서됐다. 그렇게 정말 하루를 마무리했다.
우연과 인연 그 경계는 그리 떨어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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