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오후 1시 15분쯤에 히드로일렉트리카를 떠났다.
- 아구아스깔리엔테스(Aguas calientes)로 가는 길
이제 기찻길을 따라 10km 정도 걸어가야 할 때가 되었다.
조금 허접한 설명이긴 하지만 내가 첨부한 사진의 코스를 가면 된다. 빨간색 선은 대충 경로를 표시한 것이고 사진을 자세히 보면 기찻길 표시가 되어있는데,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이었다.
P표시가 되어있는 곳이 히드로일렉트리카, 즉 시작점이다.
트레킹 코스의 초입에서 마추픽추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보고 정말 꿈에 그리던 마추픽추를 내 발로 직접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그런데 정말 최악의 상황이 생겼다. 걷기 시작한 지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쩐지 차에서 내려서 하늘을 보고 비가 올 것 같았는데, 그 생각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다행히도 방수 가방커버와 판초우의를 챙겨 왔기 때문에 비가 내리자마자 바로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길을 떠났다. 상쾌하고 깔끔한 트레킹을 원했는데 비가 오니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정말 찝찝했다. 트레킹을 하며 흘린 땀이 판초우의에 그대로 갇혀서 판초우의 속의 온도와 습도가 올라갔기에 불쾌함이 점점 상승했다. 가방도 커버를 씌워놓긴 했지만 등이랑 맞닫는 부분에 약간의 틈이 있어 조금씩 젖는 듯했다. 비 때문에 길도 미끄러워지고 체력소모는 더욱 심해져만 갔다.
하지만 경치는 꽤 좋았다. 해가 쨍쨍할 때의 매력과는 다르게 비도 오고 안개가 낀 산골짜기의 모습은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경이로웠다.
가는 도중 예쁜 다리를 만났다. 대자연 속에 하나의
기찻길과 그 기찻길로 인해 만들어진 다리가 약간은 이질적이었지만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 다리에서 우연히 같은 길을 가던 프랑스 여성분을 만나 서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나 혼자 가는 길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사진을 건질 수 없었을 텐데, 우연히 한 분을 만나서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는 일부러 핸드폰으로 위치를 검색해보지 않았다. 어차피 10km 정도를 걸어야 하는데 괜히 내 위치를 파악해서 얼마 남았는지 알게 되면 더 시간이 가지 않고 더 힘들 것만 같았다. 그냥 온전히 나의 걸음걸이와 내가 걷고 있는 공간에 대한 감상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상 소요시간이 3시간이라고 했는데, 1시간 10분쯤 걸었을까, 슬슬 발도 아파오고 무엇보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배낭이 무겁다 보니 하중이 쏠려 발과 어깨에 부담이 가는 듯했다. 이왕 힘든 거 빨리 끝내버리자는 마음으로 그냥 무작정 빨리 걷기만 했다.
나와 같이 출발했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였고, 나 혼자만의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갔다. 대차게 내리는 비로 시야도 가려지고 몸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그렇게 1시간 30분쯤 더 걸으니 마을 초입을 알리는 곳이 나왔다.
희망이 보였다. 진짜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된다는 생각에 힘이 솟았다. 정말로 15분쯤 더 걸으니 마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새벽 6시에 쿠스코에서 출발해서 오후 4시가 육박해서야 아구아스깔리엔테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https://maps.app.goo.gl/8upxG9EKpHmVRWAw6?g_st=com.google.maps.preview.copy
Aguas Calientes · Aguas Calie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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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숙소
마을에 진입하자마자 바로 예약해 둔 숙소로 향했다. 내가 묵은 숙소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H3TYSNp9qvHwa6Hp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Nativus · Aguas Calie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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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자에게 정말 좋은 숙소이다. 가격은 1박에 17.85달러로, 한화 약 2만 5천 원 정도 했다. 아침 일찍 마추픽추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끼니도 봉투에
담아 챙겨주기도 했다.
아구아스깔리엔테스의 숙박 비용이 꽤 비싼 편인데, 그나마 싼 곳이 이곳이다. 침구류의 청결도, 직원분의 서비스가 좋았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 이외에도 추천하고 싶은 요소가 많은 숙소이다.
- 가성비 식당
일단 숙소에서 씻고 바로 밥을 먹으러 나갔다. 다음날이 2025년 1월 1일, 새해였기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새해맞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리마다 노란 풍선을 달아놓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히 노란 풍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루인들에게 의미 있는 색인 것 같긴 했다.
식당을 가는 길에 작은 축구장도 봤다. 산 밑에 있는 축구장이 참 운치 있었다.
숙소에서 한 10여분 쯤 걸으니 식당이 나왔다.
식당의 위치는 다음과 같다.
https://maps.app.goo.gl/XWjDHMAJtqfTPZDj8?g_st=com.google.maps.preview.copy
El Antojito Resto · Aguas Calien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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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hifa”라는 볶음밥과 맥주를 시켰다.
볶음밥을 주문하니 국물도 함께 나오는 듯했다.
가격은 아구아스깔리엔테스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낮은 편에 속했다. 아무래도 이곳도 세계적인 관광지였기에 외식 물가가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이곳은 한 끼에 20~30 페루 솔 정도만 사용하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한화로 7500~11000원 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볶음밥은 양은 상당히 많았지만 사실 큰 특색이 없었는데, 저 국물이 참 맛있었다. 한국의 삼계탕 같은 맛이 났다. 실제로 국 안에는 약간의 면과 찢은 닭고기가 들어있었다. 오랜 여정동안 힘들었는데, 국물은 한 사발 들이켜니 피로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맥주도 한 잔 하니 기분도 좋았다. 약간 실망이었던 점은 맥주가 그리 시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머리가 띵할 정도의 온도를 좋아하는데 말이다.
맛도 준수하고 싼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이 식당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가격이 부담되어 선뜻 음식점에 들어가시지 못하시는 분들은 이 식당을 가보셔도 좋을 것 같다.
- 간단한 하루의 마무리
밥을 다 먹고 숙소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 마추픽추를 가야 했기에 새해의 기쁨은 일단 체력을 회복하고 나서 만끽하기로 했다.
정말 긴 하루였다. 새벽부터 7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해서 또 3시간가량 비를 맞으며 걸어왔으니 하루가 길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여행을 꾸려나가야 할지 막막했지만 막상 와서 부딪혀보니 어떻게든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이런 막막함을 뚫는 나의 상황이 참 재미있었다. 어떻게든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자 앞으로 나아가는 나의 모습을 본 지 오래되었던 것 같다. 여행 전, 자신감도 잃고 회의감도 많이 들던 시기를 겪었는데, 오랜만에 나의 원래 모습을 잠깐 맞이해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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